"처음엔 약을 먹으면 한결 나아지셨는데 요즘은 약 효과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이런 말씀을 하시는 보호자분들이 파킨슨 진단 3~5년 차부터 부쩍 늘어납니다.
이것은 착각이 아닙니다.
실제로 나타나는, 이름도 있는 현상입니다.
약효 소진 현상이란 무엇인가요?
파킨슨병의 대표 치료약 레보도파는 처음에는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떨림도 줄고 걷기도 편해지고 일상생활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약이 잘 듣던 시간(ON 상태)이 점점 짧아지고, 약 기운이 떨어지는 시간(OFF 상태)이 길어집니다.
이것을 약효 소진 현상(wearing-off)이라고 합니다.
보통 레보도파 복용 3~5년 후부터 50% 이상의 환자에게 나타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나요?
레보도파는 뇌에서 도파민으로 변환되어 작용합니다.
그런데 파킨슨병이 진행되면서 도파민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신경세포가 계속 줄어듭니다.
저장 능력이 줄어드니 약 효과를 오래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약을 더 자주, 더 많이 먹어야 같은 효과를 내게 되고, 이 과정에서 부작용 위험도 함께 높아집니다.
한방 병행을 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럼 한약이 레보도파를 대신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강조하는 것은 대체가 아닌 병행입니다.
한방 치료는 이런 부분을 보완합니다.
- 전신 기운 보강 — 약효가 떨어지는 OFF 시간에 전신 컨디션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혈 순환을 보완하는 한약으로 ON/OFF 격차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소화 흡수 기능 보완 — 레보도파는 식사와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떨어집니다.
소화 기능이 약한 분들은 약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위장 기능을 돕는 한약을 병행하면 약물 흡수 환경 자체가 개선됩니다.
변비 치료도 같은 이유로 중요합니다. - 부작용 완화 — 레보도파 장기 복용 시 나타나는 오심·구역·이상운동증 등을 한방 치료로 함께 관리합니다.
- 뇌 신경 보호 — 일부 한약재 성분이 신경세포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병원 약이 도파민 분비량을 늘리는 응원단이라면, 한약은 지친 선수에게 물과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입니다.
보호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이런 변화가 보이면 주치의에게 바로 말씀하세요.
- 약 먹고 2시간도 안 돼서 다시 굳어지거나 떨린다
- 하루 중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가 크다
- 약 먹기 직전에 특히 증상이 심해진다
- 갑자기 몸이 멋대로 움직이는 이상 운동이 생겼다
기록이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하루 중 증상 변화를 시간대별로 메모해 두시면 신경과에서 약을 조정하고 한의원에서 오장을 보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약효가 예전만 못하다고 느껴지실 때 '이제 끝인가' 하고 낙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약의 한계가 보일 때가 오히려 한방 병행을 시작하기 좋은 시점입니다.
양약을 식후에 드시면 한약은 식전에, 식전에 드시면 한약은 식후에 드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