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은 단순히 환자 한 사람만의 병이 아닙니다.
가족 전체의 삶의 리듬이 바뀌고, 특히 보호자분의 몸과 마음에도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진료실에서 보호자분들을 만나 보면 치료에 대한 궁금증보다도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이제 제 체력도 한계예요" 하는 현실적인 걱정들을 많이 하십니다.
가장 자주 하시는 고민 다섯 가지와 한의학적으로 어떻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지 안내합니다.
1. 병이 얼마나 빨리 진행될지 몰라서 불안합니다
파킨슨병은 진행성 질환이라 언제, 어떻게 증상이 심해질지에 대한 두려움이 큽니다.
처음엔 손 떨림만 있었는데 몇 개월 사이에 보행이 느려지고 표정도 굳어졌다는 분도 많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신체 전반의 기력과 뇌기능 회복을 함께 도모하는 치료를 합니다.
증상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 속도를 늦추고 회복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보행이 불안정해졌다면 추나요법과 침치료로 근육 밸런스를 조절하고, 한약으로 중추신경계 기능을 보완합니다.
2. 환자가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져서 걱정돼요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말수가 줄고 "내가 가족에게 짐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무기력과 우울은 병 자체(도파민·세로토닌 감소)에서 오기도 하지만 위축된 마음에서 더 커지기도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심기(心氣)와 간기(肝氣)의 순환 장애가 정서 증상을 유발한다고 봅니다.
가미소요산이나 온담탕 같은 처방은 기운을 북돋고 우울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약물이며, 체질과 상태에 맞춰 맞춤 조제됩니다.
3. 낙상 사고가 너무 걱정됩니다
갑자기 멈춰서거나 발을 떼지 못하는 동결보행이 나타나면 낙상 위험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특히 화장실·부엌·계단에서 사고가 빈번합니다.
실내 환경을 낙상 방지용으로 재정비(손잡이·문턱 제거·미끄럼 방지 매트)하고, 추나요법과 보행 교정 치료로 근력과 균형 감각을 보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결 시 대처법(다리를 옆으로 벌리기, 발을 뒤로 빼기, 발을 높이 들기)도 함께 익혀 두세요.
4. 밤에 잠을 못 자요… 보호자도 지쳐갑니다
뒤척이거나 밤에 갑자기 일어나 걷는 경우, 잠든 줄 알았는데 이상한 행동을 하는 렘수면행동장애도 나타납니다.
문제는 보호자까지 수면 부족으로 지치고 서로가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악순환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수면장애를 심(心)과 간(肝)의 불균형으로 봅니다.
신경을 안정시키고 잠을 유도하는 침치료, 숙면을 돕는 한약을 병행하면 도움이 됩니다.
침 치료의 수면 개선 효과는 2024년 JAMA Network Open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실제 치료를 받은 분들은 "밤에 조금이라도 잘 수 있어서 살 것 같다"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5. 돌봄이 너무 힘든데, 어디 도움받을 곳 없을까요?
경제적 부담, 체력적 소진, 심리적 외로움까지 돌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환자의 건강만큼 보호자의 건강 관리도 중요합니다.
향남한의원에서는 환자 치료는 물론 보호자분의 체력 보강과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보호자 대상 한약, 이완 침치료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상태에 따라 외래치료 외에 재활요양병원 입원 치료, 주간보호센터, 방문요양 서비스 같은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함께 지치지 않도록
파킨슨병은 장기전입니다.
보호자분들이 지치지 않아야 환자분도 안정적인 치료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부담을 혼자 짊어지지 마시고 전문가와 함께 돌봄의 길을 나누어 주세요.
저희는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의 고충도 함께 이해하고 치료하는 한의학적 돌봄을 지향합니다.

